디지타임즈(DGTIMEZ) 엄지랑 기자 | 어디선가 본 책에서 인간의 DNA 속에는 자연속으로 가고 싶은 끌림이 있다고 한다.
본래 숲이라는 녹색에서 태어나 살았기 때문에 자연을 좋아하는 DNA가 있다고 한다. 몸이 아프면 건강을 위해 자연에서 나온 것을 먹고, 또 숲속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우리는 잠시라도 편히 숨을 쉬기 위해 숲으로 간다. 원시시대의 삶을 그대로 살 순 없지만, 아주 가끔이라도 그들처럼 걸어보고, 그들처럼 놀아보고, 그들처럼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올 무렵, 숲은 나에게 터인포인트가 되었다. 정확하게 2016년 2월 21일-숲을 알아가는 숲해설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게 마음먹고 등록한 숲해설가 교육과정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재밌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를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많은 것을 이해해야 하는 과정에 생각만큼 빨리빨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자신에 화가 나기도 했다.
나무, 꽃, 풀, 새, 개구리, 뱀, 벌, 커뮤니케이션, 안전…이런 저런 것.. 알아야 하는 과목도 많고,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운 과정이 많았다. 그리고 나무 이름 꽃 이름을 너무 모르다보니 숲 해설을 한다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었다. ‘이러다가 숲해설을 한번이라도 해 볼 수 있을까?’
그때 “나무 이름 다 몰라도 숲해설은 할 수 있어요” 라는 선배 숲해설가의 말에 다시 용기를 갖고 도전한 결과 이론시험과 시연평가를 통과 했다. 드디어 숲해설가가 된 것이다.그렇다고 현장에서 인기 있는 숲해설가가 쉽게 되는 건 아니었다. 역시 호락호락하고 만만하게 볼 일은 아니었다.
사람 앞에 서는 것도 떨리고, 아는 걸 잘 설명하는 것도 어렵고, 머리에는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보기보다 쉬운 게 아니었다. 나만의 특징 있는 해설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숲을 찾아오는 사람들 가운데는 숲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것도 있지만 숲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감동을 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것은 내가 숲에서 받은 느낌을 탐방객들과 나누는 분위기와 그런 ‘정(情)’ 이 있는 숲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우선 많이 웃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숲을 이야기 해주는 ‘웃는 숲해설가’가 되기로 했다. 내가 나의 얼굴을 보는 시간보다는 다른 사람이 나의 얼굴을 보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웃는 얼굴 숲해설가’가 되기로 한 것이다.그런 노력 끝에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에서 “예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소리가 미스코리아 같은 외모의 예쁨이겠는가. 표정이 예뻐 보이는 얼굴을 가지게 된 것이다.
숲에 오는 사람들에게 표정이 예뻐지는 비결도 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열심히 웃으며 해설을 했다.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의 표정을 예쁘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숲이다.산촌에서 살아보지 않았고 나무 아래에 있다 보면 몸이 간지러워 긁어대던 내가 숲해설가로 신명 나는 이유는 바로 숲이 나를 변화시키고, 나를 살게 하는 원초적인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우리는 100세 삶이 보편화된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를 살고 있고, UN은 65세까지가 청년, 66세부터 79세까지를 중년이라는 새로운 연령 기준을 제시했다. 현 정년 시스템으로는 ’은퇴‘라는 커다란 장벽이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으며, 진짜로 건강하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미리 각오를 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이러한 시점에서 ’숲해설가‘라는 직업은 어쩌면 시대의 맞춤 직업이 아닐까?
내 주변 숲해설가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하며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한다.
“ ‘할머니’, ‘아줌마’ 라는 소리보다는 ‘숲선생님’이 훨씬 듣기 좋아요~”
“저 아이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젊어지는 거 같아요.”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오히려 제가 더 위안을 받아요.”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아직은 내가 필요한 곳이 있구나. 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이들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왜냐면 나는 정(情)이 있는 숲해설가니까!앞으로도 그럴거니까!
숲은 한 번도 안 갈 수는 있어도 한번만 갈 수는 없는 마법과도 같은 곳이다.
오늘도 나는 숲에서 할 놀이들을 고민한다. 때로는 자연물 교구도 만들어 본다. 하지만 역시 숲에선 맨손으로, 내려놓은 마음으로 그냥 놀 때가 가장 행복하다. 숲은 그 존재 자체로도 놀이터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그냥 숲으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숲을 만난 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가 살기 위해 숲을 만난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저는요~앉아서 보아도, 서서 보아도, 걸어 보아도 숲이 좋아요.. 매년 매년 매일매일 숲이 점점 더 좋아져요”
“저랑 숲에 가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