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해야 할 일이 삶의 토대입니다. 6일간의 추석연휴를 보내고 출근을 하였습니다. 일상의 일로 돌아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심장 박동 수도 약간 빠른 듯 느껴지고, 심지어 미세한 손 발 떨림도 있는 듯했습니다.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밖을 걸어보기도 했고, 친한 친구와 잠시간의 통화를 통해 대화도 해보았습니다. 점심으로는 대기 줄 때문에 먹지 못했던 밀면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일이 집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자꾸 다른 생각들이 일어나고,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 급하지는 않지만 해야 할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에이! 해야 할 일이라도 먼저 해놓자!’ 하는 마음에 데이터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잘 될 리 없었습니다. 오류가 생기고, 계속 수정이 일어나는 속에서 약간의 짜증도 났지만 일단 마치기는 해야 할 듯하여 2시간여 정도를 보고서와 씨름한 결과 다음 주에 필요한 자료를 완성하였습니다.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난 뒤에 순간 알아챘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느꼈던 불안함이나, 떨림이 멈추어져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약간 신기했습니다.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우리에게 제사(의례)란 어떤 의미일까요? EBS 다큐에서 보았던 내용입니다. 공자님이 활동하던 시절에 한 가문에서 제사가 있었습니다. 화면의 내용상으로는 하늘에 올리는 제사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이 가문에서 당시에 가장 의례의 전문가인 공자님을 초대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공자님에게 술을 한잔 올리기를 권하였습니다. 이때부터가 제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술을 따르는 제관으로써 공자님은 모든 내용을 일일이 묻기 시작합니다. “술은 이 잔에 따르면 되겠습니까?”“술잔을 여기에 놓으면 되겠습니까?”“절은 4번을 하면 될까요?”모두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절차를 공자님은 일일이 질문하였던 것입니다. 그 제사에 참석한 제관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제사의 전문가라면서 저것도 모르는 거야?”“우리가 들었던 공자에 대한 이야기가 잘못된 거 아니야?” 공자님을 모시고 갔던 제자 역시 사람들의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는 돌아와 공자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스승님 왜 그렇게 일일이 물어보고 행(行)하셨는지요?”공자님이 답했습니다. “그게 예(禮)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가예(家家禮)를 정말 잘 설명해주는 일화인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흉터는 상처를 감당해 낸 흔적입니다. 저에게는 교통사고의 흉터가 얼굴과 다리에 있습니다. 얼굴 흉터는 눈썹 부분이라 눈썹의 밀도가 좀 다르고, 다리는 상처가 좀 심해서 양반다리로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려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거울을 볼 때나 다리가 저릴 때 교통사고의 기억이 나고, 그 사고가 없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자주 있어 왔습니다. 물론 아주 큰 사고가 아니라서 트라우마가 있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제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흉터는 그때 사고로 일어난 상처가 잘 아물어서 난 흔적이잖아! 그렇다면 흉터를 보고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 피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잘 감당한 나를 대견해야 하는 게 아닐까?’ 눈에 보이는 흉터는 그나마 볼 수 있어서 금방 마음을 다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마음의 상처인 듯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무의식에 흉터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흉터는 현재 겪는 아픔들과 결합해서 나를 괴로움으로 안내하고, 그 속에 머물도록 유지시킵니다. 우리는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그럼 나는 뭐꼬?위의 사진은 1997년 발사돼 지구를 등지고 멀어져만 갔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 60억 km 떨어진 명왕성의 궤도에서 몸을 틀어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태양광선 속 파란색 동그라미 가운데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이 바로 지구입니다. 당시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주도로 극적으로 촬영한 60장의 사진들 속에 목성과 토성, 해ᅟᅪᆼ성, 천왕성, 금성과 함께 티끌처럼 작은 지구의 모습을 포착해 낸 사진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떠올랐습니까? 우주의 장엄함? 미약한 인간의 존재?신의 위대한 손길? 그 느낌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 사진에 대한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소개했으면 합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50대 후반 남자 동료분이 있습니다. 많은 중년의 남성들처럼 현재의 생존과 노후에 대한 걱정을 가지면서 일하는 분입니다. 이 분은 제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참 내하고는 다르네. 아 나는 정말 책은 관심이 없는데...” 대화중에 인문학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진짜 나는 누구인가? 에크하르트 톨레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밤, 절망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때를 이야기한 내용을 옮겨보자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수 없어. 도대체 나는 왜 이 모양이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 때 불현듯, 그것이 얼마나 이상한 생각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나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하나가 아닌 둘이란 말인가? 내가 나 자신을 견딜 수 없다고 느낀다면 나는 둘이어야 마땅하다. 평소의 내가 있어야 하고,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진짜 나인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이야기를 톨레는 ‘존재’와 ‘마음과 나를 동일시하는 나’로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톨레의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아래 내용들은 순전히 저의 견해입니다.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 동의하시지 않은 분들은 그냥 글쓴이의 의견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너그러운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일상을 챙기는 힘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휴가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큰아들은 휴가를 나왔고, 작은아들은 고3이라 어디 다녀오지는 못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가 둘째 날에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집 청소를 한 뒤에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셋째 날에도 똑같은 일상이 부드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넷째 날에는 모임이 있어서 휴가라는 핑계로 과음을 하였습니다. 다음날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출근한 그 다음날까지 여파가 이어졌습니다. 일은 귀찮게 느껴지고,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졌습니다. 그 속에서 늘 그대로인 것 같은 내 모습에 자책하는 마음도 일어났습니다. 휴가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일과 책을 읽는 일상을 챙기면서 나름 뿌듯해했던 나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후회의 감정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주문을 외우면서 되돌리려 노력했습니다. ‘지금 여기가 내 자리이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일이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지켜보자’ ‘심호흡을 통해 현재 있는 느낌을 되살려보자’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아들을 떠올리며...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아리어져 오면서, 왼쪽 아랫배에서부터 북받쳐 오르는 짠한 감정이 있습니다.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 큰 놈, 고3 생활을 하고 있는 작은 아들도 상황에 따라 약간의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힙니다.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 때문일까요?’ ‘부모 자식으로 이어진 마음 때문일까요?’ 아내의 말처럼 ‘갱년기 때문일까요?’ 군대생활을 건강하게 잘 마칠지 걱정이 됩니다. 고3을 보낸 후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실망할까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생활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자기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자포자기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몸이라도 아프면 안 되는데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내 아들로 지금 자리에 있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내가 무얼 해주면 꼬박꼬박 감사하다는 답을 해주어 고맙습니다. 원하는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음의 일상을 마주해주어 감사합니다. 힘들 때 짜증보다는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싫어하지 않는 듯하여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존재 이기훈 내가 그대를 지지하는 것은 상대가 틀려서가 아닙니다. 세상이 불합리해서가 아닙니다. 그대가 옳아서도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응원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도 꾸준한 노력도 뛰어난 머리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믿는 것은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나에게 베푼 선의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바라보는 것은 얼굴이 이뻐서가 아닙니다. 몸매가 멋져서가 아닙니다. 멋진 옷차림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좋아하는 것은 훌륭한 인성 진심어린 태도 애틋한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염려하는 것은 그대의 실수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미래가 불안해서가 아닙니다.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화가 나는 것은 그대의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무관심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행동이 나를 아프게 해서가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답답해하는 것은 그대의 무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무책임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삶의 상수(常數)와 변수(變數) 먼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는 상수와 변수의 단어 정의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상수(常數) 1. 자연으로 정하여진 운명. 2. 정하여진 수량. 3. 물리 물질의 물리적ㆍ화학적 성질을 표시하는 수치. 일정한 상태에 있는 물질의 성질에 관하여 일정량을 보이는 수를 이른다. 원소의 원자량이나 물질의 비열(比熱)과 같이 각 물질에 고유한 상수와 만유인력 상수나 아보가드로 상수와 같이 물질의 종류에 관계없이 기본적인 법칙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상수가 있다. 4. 수학 변하지 아니하는 일정한 값을 가진 수나 양. 변수(變數) 1. 어떤 상황의 가변적 요인. 2. 수학 어떤 관계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값으로 변할 수 있는 수. 요약해서 정의해 보면 변하지 않는 고정 값은 상수, 변할 수 있는 값은 변수로 이해하면 될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상수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호흡입니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합니다. 두 번째는 타고난 우리 몸입니다. 신체적 능력은 다를 수 있지만 각자 타고난 그 몸은 우리 모두가 가진 상수일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일상생활입니다. 밥을 먹고, 설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20분!” 실제로 빗길에 우산을 쓰고 걸었던 시간입니다. 6월부터 올 여름 장마에 비가 많이 내릴 거라는 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장화도 하나 준비하고, 일터에 우산도 하나 더 가져다 두고, 가방이 젖을까 봐 방수덮개도 자주 조회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비도 많이 오고 덥다는 데 잘 넘겨야겠다고 하는 말이 입버릇이 된 듯한 한 달이었습니다. 그렇게 비는 걱정 또는 대비라는 명목으로 자주 오랫동안 저의 생각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오늘 아침햇살을 맞으며 걷는 출근길, 이마에 땀방울이 기지개를 켜려고 할 때 즈음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오늘까지 실제 내가 빗속을 걸은 시간이 얼마는 되지?’ 정확히 기억합니다. 횟수로는 1회, 시간으로는 20분입니다. 비를 만나 우산을 쓰고 실제 걸은 시간은 ‘1회. 20분’ 비에 대한 생각이 나를 차지하고 있던 시간은 6월 동안 대략 ‘40회 60분’ 정확한 수치적 비교는 어렵겠지만 더 많은 횟수와 시간이 있었음은 사실입니다. 물론 구입해 둔 장화는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장마가 끝이 난 건 아니고 다음 주에 비소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