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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의 사(思)소한 이야기

[이기훈 칼럼]흉터는 상처를 감당해 낸 흔적입니다.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흉터는 상처를 감당해 낸 흔적입니다.

 

저에게는 교통사고의 흉터가 얼굴과 다리에 있습니다. 얼굴 흉터는 눈썹 부분이라 눈썹의 밀도가 좀 다르고, 다리는 상처가 좀 심해서 양반다리로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려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거울을 볼 때나 다리가 저릴 때 교통사고의 기억이 나고, 그 사고가 없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자주 있어 왔습니다. 물론 아주 큰 사고가 아니라서 트라우마가 있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제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흉터는 그때 사고로 일어난 상처가 잘 아물어서 난 흔적이잖아! 그렇다면 흉터를 보고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 피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잘 감당한 나를 대견해야 하는 게 아닐까?’

 

눈에 보이는 흉터는 그나마 볼 수 있어서 금방 마음을 다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마음의 상처인 듯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무의식에 흉터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흉터는 현재 겪는 아픔들과 결합해서 나를 괴로움으로 안내하고, 그 속에 머물도록 유지시킵니다. 우리는 마음의 흉터가 있는지도 몰랐고, 그 흉터의 작용으로 인해서 내가 괴롭다는 것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음에 흉터가 있다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견뎌내고 지금 여기에 내가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괴롭기만 합니다. 우리가 무의식에 새겨진 흉터를 알 수 있다면 괴로워하기보다 대견해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의 흉터와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일차적으로는 마음의 흉터를 줄여야 합니다. 마음의 흉터 자체를 아예 없애는 것은 우리가 생존의 삶의 유지하는 한 불가능합니다. 마음의 흉터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의 감정과 요구를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마음의 흉터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상대나 대상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낀 그대로를 그냥 표현해야 합니다. 표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때 바로 표현하지 못했다면 글로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이제 나도 모르게 생긴 마음의 흉터들을 만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깨달음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깨달음이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깨어서 닿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아는 것과는 다른 영역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알아차림과 지켜봄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내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 괴로움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닿는다는 것은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매번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이 나에게 습관처럼 익혀지는 것을 말합니다. 수학의 덧셈은 한번 알면 계속 적용할 수 있지만 깨달음은 한번 알아차리는 것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계속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지속적인 훈련으로 우리 몸에 익혀두어야만 괴로움을 만날 때마다 무의식에 자리 잡은 마음의 흉터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 흉터가 작용하는 괴로움임을 알아차렸다면 아마 그 즉시 흉터는 대견함으로 바뀔 수 있도록 지켜볼 수 있어야 합니다.

 

흉터는 상처를 감당해 낸 흔적입니다.

흉터는 우리가 감당한 삶의 이야기입니다.

흉터를 만날 때 우리는 아파하기보다는 대견해야 합니다.

흉터를 만든 상처의 아픔에 매몰되지 않고, 상처를 흉터로 바꾸어낸 내 삶을 느끼는 오늘 하루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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