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흉터는 상처를 감당해 낸 흔적입니다. 저에게는 교통사고의 흉터가 얼굴과 다리에 있습니다. 얼굴 흉터는 눈썹 부분이라 눈썹의 밀도가 좀 다르고, 다리는 상처가 좀 심해서 양반다리로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려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거울을 볼 때나 다리가 저릴 때 교통사고의 기억이 나고, 그 사고가 없었기를 바라는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자주 있어 왔습니다. 물론 아주 큰 사고가 아니라서 트라우마가 있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썩 유쾌한 기억이 아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제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금 이 흉터는 그때 사고로 일어난 상처가 잘 아물어서 난 흔적이잖아! 그렇다면 흉터를 보고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려 피하는 게 아니라 상처를 잘 감당한 나를 대견해야 하는 게 아닐까?’ 눈에 보이는 흉터는 그나마 볼 수 있어서 금방 마음을 다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것은 마음의 상처인 듯합니다. 마음의 상처는 무의식에 흉터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 흉터는 현재 겪는 아픔들과 결합해서 나를 괴로움으로 안내하고, 그 속에 머물도록 유지시킵니다. 우리는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그럼 나는 뭐꼬?위의 사진은 1997년 발사돼 지구를 등지고 멀어져만 갔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 60억 km 떨어진 명왕성의 궤도에서 몸을 틀어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태양광선 속 파란색 동그라미 가운데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이 바로 지구입니다. 당시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주도로 극적으로 촬영한 60장의 사진들 속에 목성과 토성, 해ᅟᅪᆼ성, 천왕성, 금성과 함께 티끌처럼 작은 지구의 모습을 포착해 낸 사진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떠올랐습니까? 우주의 장엄함? 미약한 인간의 존재?신의 위대한 손길? 그 느낌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 사진에 대한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소개했으면 합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50대 후반 남자 동료분이 있습니다. 많은 중년의 남성들처럼 현재의 생존과 노후에 대한 걱정을 가지면서 일하는 분입니다. 이 분은 제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참 내하고는 다르네. 아 나는 정말 책은 관심이 없는데...” 대화중에 인문학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진짜 나는 누구인가? 에크하르트 톨레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책의 머리말에서 스물아홉 번째 생일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밤, 절망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그때를 이야기한 내용을 옮겨보자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수 없어. 도대체 나는 왜 이 모양이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 때 불현듯, 그것이 얼마나 이상한 생각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나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하나가 아닌 둘이란 말인가? 내가 나 자신을 견딜 수 없다고 느낀다면 나는 둘이어야 마땅하다. 평소의 내가 있어야 하고, 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내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진짜 나인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이야기를 톨레는 ‘존재’와 ‘마음과 나를 동일시하는 나’로 분리하여 설명하고 있다. 톨레의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진짜 ‘나’에 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물론 아래 내용들은 순전히 저의 견해입니다.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 동의하시지 않은 분들은 그냥 글쓴이의 의견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너그러운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일상을 챙기는 힘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아내와 휴가일정을 맞추지 못했고, 큰아들은 휴가를 나왔고, 작은아들은 고3이라 어디 다녀오지는 못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가 둘째 날에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집 청소를 한 뒤에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셋째 날에도 똑같은 일상이 부드럽게 이루어졌습니다. 넷째 날에는 모임이 있어서 휴가라는 핑계로 과음을 하였습니다. 다음날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출근한 그 다음날까지 여파가 이어졌습니다. 일은 귀찮게 느껴지고, 반복되는 일상이 싫어졌습니다. 그 속에서 늘 그대로인 것 같은 내 모습에 자책하는 마음도 일어났습니다. 휴가인데도 불구하고 집안일과 책을 읽는 일상을 챙기면서 나름 뿌듯해했던 나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후회의 감정이 나를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여러 가지 주문을 외우면서 되돌리려 노력했습니다. ‘지금 여기가 내 자리이고,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일이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지켜보자’ ‘심호흡을 통해 현재 있는 느낌을 되살려보자’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아들을 떠올리며...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아리어져 오면서, 왼쪽 아랫배에서부터 북받쳐 오르는 짠한 감정이 있습니다. 군대생활을 하고 있는 큰 놈, 고3 생활을 하고 있는 작은 아들도 상황에 따라 약간의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힙니다.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걱정 때문일까요?’ ‘부모 자식으로 이어진 마음 때문일까요?’ 아내의 말처럼 ‘갱년기 때문일까요?’ 군대생활을 건강하게 잘 마칠지 걱정이 됩니다. 고3을 보낸 후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실망할까 걱정이 됩니다. 앞으로 생활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자기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자포자기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몸이라도 아프면 안 되는데 두려운 마음도 듭니다. 내 아들로 지금 자리에 있어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내가 무얼 해주면 꼬박꼬박 감사하다는 답을 해주어 고맙습니다. 원하는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음의 일상을 마주해주어 감사합니다. 힘들 때 짜증보다는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버지와의 대화를 싫어하지 않는 듯하여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존재 이기훈 내가 그대를 지지하는 것은 상대가 틀려서가 아닙니다. 세상이 불합리해서가 아닙니다. 그대가 옳아서도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응원하는 것은 타고난 능력도 꾸준한 노력도 뛰어난 머리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믿는 것은 돈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나에게 베푼 선의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바라보는 것은 얼굴이 이뻐서가 아닙니다. 몸매가 멋져서가 아닙니다. 멋진 옷차림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좋아하는 것은 훌륭한 인성 진심어린 태도 애틋한 마음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염려하는 것은 그대의 실수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미래가 불안해서가 아닙니다.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화가 나는 것은 그대의 잘못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무관심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행동이 나를 아프게 해서가 아닙니다. 그대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대를 답답해하는 것은 그대의 무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대의 무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