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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의 사(思)소한 이야기

[이기훈 칼럼] 그럼 나는 뭐꼬?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그럼 나는 뭐꼬?위의 사진은 1997년 발사돼 지구를 등지고 멀어져만 갔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1990년 2월 14일 60억 km 떨어진 명왕성의 궤도에서 몸을 틀어 찍은 지구의 사진입니다. 태양광선 속 파란색 동그라미 가운데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이 바로 지구입니다. 당시 ‘코스모스’의 저자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주도로 극적으로 촬영한 60장의 사진들 속에 목성과 토성, 해ᅟᅪᆼ성, 천왕성, 금성과 함께 티끌처럼 작은 지구의 모습을 포착해 낸 사진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처음 본 순간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떠올랐습니까?

우주의 장엄함?

미약한 인간의 존재?신의 위대한 손길?

그 느낌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는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 사진에 대한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소개했으면 합니다. 저와 같이 일하는 50대 후반 남자 동료분이 있습니다. 많은 중년의 남성들처럼 현재의 생존과 노후에 대한 걱정을 가지면서 일하는 분입니다. 이 분은 제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참 내하고는 다르네. 아 나는 정말 책은 관심이 없는데...”

대화중에 인문학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인문학이 뭔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별로 없어요!”라고 말입니다.

이 분에게 김기석 목사님의 ‘고백의 언어들’이라는 책에서 처음 만난 ‘창백한 푸른 점’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말했습니다.

“요 동그라미 안에 있는 점이 60억 km 밖에서 보이는 지구라고 합니다.”

그러자 저에게 쿨하게 한마디 던지시고는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럼 나는 뭐꼬?”

 

이 분이 이 사진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이어서 물어보지 못했습니다만, 저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은 어떤 공부를 한 사람이나 특별한 사람만이 가지는 의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의문을 알아차리고 있던, 그렇지 않던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면 답을 찾지 못해 질문을 지워버리기 보다는 이 질문이 생기는 것이 곧 내가 인간임을 확인하는 첫 발걸음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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