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지난번 칼럼에서 아이들과 잘 놀지 못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것 들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경험의 이야기는 꼭 아이와 노는 데에만 국한되지 않는 지점이라 좀 더 같이 이야기했으면 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바꾸어 보면 우리는 경험한 것들에만 의존하여 판단하고 생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릴 적 어른을 공경하며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늘 교육을 받고 실천하는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면 아이들이 인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순간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사를 하는 것이 좋다/나쁘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것이 나의 사고를 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행동을 할 때에 우리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하나의 패턴이 되어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판단과 실행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은 종갓집이라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집을 찾는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제사를 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일임을 전제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러한 종갓집의 문화에 익숙한 내가
“종교가 다른 경우 조상의 모시는 방법은 다르게 표현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죽음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면 조상을 모시는 것 자체를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 다르게 생활하는 분들을 마음 깊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일까?
어느 대학 총장이 퇴임사에서 이야기 한말이 참 리얼하다.
“후진국에서 태어난 우리가, 선진국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 세대 간의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단면으로 표현해 주는 말인 듯하여 나에겐 쉽게 지나쳐 들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 경험을 기반으로 형성해 낸 가치관을 아무런 의문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때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경험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일어난 생각에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의 판단은 나의 경험에서 나온 나만의 가치관은 아닌가?”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만나 이야기할 때
“혹 내가 모르는 그만의 경험이 그 가치관을 형성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런 질문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 갈등이 생겨날 때 이런 질문을 내가 할 수 있다면 그 갈등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
그때 우리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출발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지점을 만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