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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의 사(思)소한 이야기

[이기훈 칼럼] 나와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나와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5년 전부터 부동산을 새로이 시작한 후배가 있습니다. 새로 시작한 일에 만족하며 자신감 있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던 작년 어느 날 오랜만에 식사를 같이하자고 연락이 와서 즐거운 저녁식사를 가지던 중에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선배 나 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 돈을 빌려주었는데 갚을 능력도 안 되고, 생각도 없는 것 같아요!”이미 일어난 일이고, 세세하게 묻는 것이 더 부담을 주는 듯하여, 한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듣고만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좀 지나서,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데, 참 힘이 드네요. 혼자 사무실에 있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을 치면서 자책을 하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 죄책감마저 들어요. 내가 잘했으면 가족이 좀 편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한 참을 듣다가 말했습니다.

“자책하고 죄책감이 드는 너와 잘 지냈으면 좋겠네.”잠깐 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에

“선배 어떻게 해야 그런 나와 잘 지낼 수 있나요?”

어설픈 설명보다는 예를 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음 예를 들면 너와 정말 친한 친구가 자책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가정해 볼게 그런 친구와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 맞춰주어야 하나?”

“음 맞춰주는 건 아닌듯 하고, 그럼 자책하고 죄책감 드는 이가 네 딸이라고 할 때, 그런 딸과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음 인정?”

“아주 좋은 포착인 것 같네. 그러면 자책하고 죄책감 드는 이가 친한 친구일 때는 ‘맞춰준다’는 답을 했고, 딸 일 때는 ‘인정’이라는 답을 했는데,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약간의 대화가 더 이어진 후에 이야기했습니다.

“내가 볼 때는 딸은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 사랑하는 이와 잘 지내려는 마음이 인정(수용)이라는 표현으로 나온 것 같은데...”

수긍과 의아함의 끄덕임 후에 대화의 주제는 바뀌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온전히 나를 수용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나와 잘 지내는 방법입니다. 이때 내가 잘 지내는 나는 내 마음에 드는 나 일수도 있고, 내가 실망한 나일 수 도 있습니다. 자식으로 빗대어 생각하면 이해가 좀 더 쉬울 수 있을 듯합니다. 우리 아이가 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사회적으로 성공하든, 부침을 겪든 온전히 우리 아이를 수용하는 것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고, 그 아이와 잘 지내는 것 일 겁니다. 우리 안에 있는 기준을 두고, 그 기준에 충족하면 아이와 잘 지내고, 그 기준을 채우지 못할 때는 아이를 미워한다면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봐야 할 듯합니다. 물론 감정이 순간 올라올 수는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말하는 건 그 아이를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나 스스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모두 나와 잘 지내고 있으신가요?

내가 나와 잘 지내는 것이 모든 관계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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