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아빠 저 영어시험 빵점 맞았어요!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입니다. 같이 집 앞 윤산에 등산을 갔었습니다. 둘이 같이 산을 오르고 있는데 먼저 올라갔다가 내려오시는 어르신들과 만났는데 어르신들이 인사하시길 “할아버지랑 좋은 시간 가지네!”라고 인사를 받았습니다. 둘째 아이와 저는 순간의 정적이 흐른 후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계속 산을 올랐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오르다가 불현듯 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모든 일은 다 들키지요?”
“음~~ 아마 그럴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게 되면 다 알게 되지 않을까?”
쭈뼛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왜?”
“저 영어시험 빵점 맞았어요!”용기를 내며 고백하는 아이의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그랬구나! 대단한데! 아빠가 44년 동안 한 번도 못 받아 본 점수를 11년 만에 받았네...
음~~ 그리고 말해줘서 고마워“
긴장이 조금 풀린 얼굴로 아이가 말했습니다.
“네~~에”
이런 대화를 꺼내고, 고백할 동안 아이의 고민을 생각해 보니 그냥 웃음만 나오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빵점이라는 성적이 알려지는데 대한 걱정,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알게 될 것 같은 불안감 속에 아이는 용기 내어 고백을 한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찡해 오는 느낌입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서 이러한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내가 이러한 경우를 맞닥뜨렸다면 용기 있게 고백할 수 있었을까?”
“다른 이가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나의 실수를 먼저 이야기할 수 있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 덕분에 어른이 되어 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가 한층 더 깊이 들어오는 5월입니다.
무지개
윌리엄 워즈워스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보면
내 마음은 뛰노네
어려서도 그러했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여전히 그러할 것이네
만약 그러하지 아니하다면 신이시여
지금이라도 나의 목숨 거두어 가소서
어린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나의 생애 하루하루
타고난 그대로 경건한 마음 이어지기를
빌고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