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이기훈 기자 |
사랑은 꽃과 상처 그리고 가시 그 모두를 보듬어 안는 것이다.
군에 간지 5개월이 지난 아들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버지 너무 힘드네요! 하~아~”“그렇겠지 군대라는 조직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지?”“그것도 힘든데 여자 친구하고 헤어질 것 같아요!”“왜?”“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너무 내 입장만을 펼친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래요!”
“그렇구나 많이 힘들겠네. 솔직히 아버지는 군대에 있을 때 여자 친구가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하기가 좀 그렇네...”이어서 제법 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통화가 끝나갈 때 즈음에 아들이 말했습니다.
“어쩌면 다음 주에 울면서 전화할 수도 있어요!”“음 그래, 군대 안에서만 전화하면 다 괜찮다.”
“하하하 그렇긴 하지요!”
그렇게 1시간여의 통화가 끝이 났습니다.
솔직히 아버지 입장에서 여자 친구가 야속한 느낌이 순간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 금방 털어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무슨 말을 해주었으면 좋았을까?’‘지나고 나면 큰일 아니라고 문자로 다시 적어 보낼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그 어느 것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듯했습니다.
그러다 골웨이 카넬의 ‘기다려라’라는 시가 떠올라 사진을 찍어 보내고는 아들의 몫으로 넘기기로 하였습니다.
또 하나의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사랑이 뭘까?’
나의 스승님이자 숲 철학자인 김용규 선생님은 사랑을 다음과 같이 정의 내렸습니다.
“사랑은 함께하고 싶은 것 그래서 기꺼이 함께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기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랑은 좋은 것, 행복, 빛만을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시련, 고통 그 어둠도 기꺼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제법 오랫동안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이 정의를 인용하거나 떠올렸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들의 이별을 앞둔 사랑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는 뭘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저의 정의도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꽃과 상처 그리고 가시, 그 모두를 보듬어 안는 것이다.’
스승님의 정의에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지만 분명 나의 언어로 다시 정의 내린 건 사실입니다. 아마도 나의 꽃과 상처, 가시를 보듬어 안는 것이 가장 우선인 듯합니다. 내가 나의 빛과 어둠, 그 모두를 보듬어 안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사랑이 밖으로 펼쳐질 수 있습니다.
“아들아! 사랑해라! 그러면 사랑은 ‘To be continue’할 것이다.”
[가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김용규 선생님의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