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엄지랑 기자 | 7월이 되면 나도 모르게 내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이라는 이육사의 시를 노래처럼 흥얼거린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수십년간 습관처럼 되풀이된 듯하다.
이 시를 생각하면 왠지 에너지가 생겨 나도 모르게 바쁘게 움직이고, 발걸음 마저 가볍다.
이른 새벽 서둘러 차를 움직인다. 나의 목적지는 포항 덕동문화마을!
‘덕동’이란 덕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한다. 400년의 풍습, 그리고 넉넉한 마음이 마을을 걷는 내내 꿀 떨어지듯 뚝뚝 떨어지는 곳이다. 큰 도로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는 다리가 바로 이 마을과 통하는 유일한 다리인가 보다, 하마터면 놓칠뻔했다. 역시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길 잘했다.
풍수적으로 마을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입구에 숲을 조성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숲을 ‘수구막’이라 부르는데 마을숲은 정계숲, 섬솔밭, 송계숲으로 이루어져있다. 숲은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마을길 중간 도하송 - 이를 도 (到) 아래하(下) 소나무 송(松)
예전엔 이 소나무의 늘어진 가지때문에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숙여야 했고, 말을 타고 들어서는 선비는 모두 말에서 내려 걸어야 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부러진 가지가 민속관 앞에 전시가 되어 있다.
현재의 말인 자동차를 타고 가는 나는 잠시 멈추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하심(下心)으로 마을로 들어선다.
가장 먼저 찾은 용계정. 옛선비처럼 천천히 여유롭게 걸어 본다. 계곡의 물소리가 참 우렁차다!
이제 천천히 마을을 크게 돌아보기로 한다. 고택이 많아 구경삼아, 산책삼아, 공부삼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숲해설가인 내가 지루하지 않을만큼 마을길은 나무며, 풀이며, 꽃이며, 새소리까지 제공한다.
나에게 덕동마을에서 우선순위는 숲이었다. 연못을 두르는 데크길과 섬솔밭의 소나무그늘 아래를 걷는 날들이 좋았었다.
오늘은 외식을 했다. 그동안 '주식'이 '숲'이었다면 오늘은 '별식' 을 먹는다. 찬찬히 마을둘레길을 걷는 특별식! 그래서인지 이 마을이 내게 훅 다가온 느낌이다.
큰아들 초등학교 1학년때 숟가락 들고 고구마를 캤던 그 고구마밭이 어디있는지도 찾아보고, 고구마꽃을 보며 경이로워 하던, 난 정말 운이 좋다고 말하던 과거의 나와 마주한다.
재밌다
우습다
추억한다
동요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포항 덕동마을숲!
다음번 주식을 먹으러 다시 와야겠다.
<포항덕동마을>
400년의 풍습을 이어온 여강 이씨 집성촌으로 천혜의 자연조건과 문화와 역사를 높이 평가 받아 1992년 문화부 지정 문화마을이 되었고, 2001년에는 환경친화마을로 지정 받았다.
경상북도 민속자료인 애은당고택과 사우정고택,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용계정과 덕계서당, 여연당, 오덕리 근대 한옥 문화재를 꼭 돌아보길 권한다.
전통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민속 전시관에서 10원짜리 지폐, 노비문서, 요강, 갓 등 대대로 내려온 유물들을 볼수 있고,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널뛰기, 굴렁쇠굴리기,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등 전통문화놀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쉬는 날 : 매주 월요일/1월1일/설날/추석 다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