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엄지랑 기자 | 여름의 어느날, 산림교육전문가 직무교육에 참가했다.
내가 살고 있는 포항에서 제법 먼거리라 기쁜 마음으로 출발!
내 삶의 공간에서 가끔은 멀어져야 현재를 잊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나름 나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
3시간 30분을 달려가서 6시간동안 오롯이 숲과 호흡하며 자연을 바라본다.
기억을 하는 2가지의 방법에 대해서도 알았다
첫번째는 나의 방식이다. 스크릿샷 하듯 그 상황을 저장한다.
두번째는 관찰을 통해 분석을 하여 기억을 하는 방법이다.
선생님이 관찰을 하고 분석을 하라는데 햐~ 이거 참!!!
50년동안 관찰 안 해도 편히 잘 살았는데 해보기로 한다.
역시.. '물새꼬랑대기' 라는 별명을 가진 나는 참 어렵다. '물새꼬랑대기'가 뭐예요? 라고 물어본다면 일단 물새를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물새의 꼬리를 관찰해야 한다. 그 꼬리가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이는지... 어릴때 엉뚱하게도 물새꼬리가 1분에 몇번을 까딱까딱 움직일까 숫자를 세다가 새를 놓친 적이 있다. 하여튼 나는 어릴때 물새 꼬리(꼬랑대기는 꼬리의 사투리다)처럼 부지런히 움직였다는 뜻이다. 그런 성향을 가진 내가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자연물을 관찰한다는 것은 기적이 일으켜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서 꼬리가 무거워졌는지 집중을 하며 관찰을 시도한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를 잘 한다는 고3때 들은 명언이 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인가 보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강사님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으로 변신하여 '무작정 보고, 무작정 그리기' 그리고 '틀려도 꿋꿋하게 그리기'를 해본다.
처음 그려본 나의 참나무잎이다. 붉은색의 콩알같은 동그란 물체는 벌레집이다. 그리고 잎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은 애벌레의 흔적이다.
지나치면 그냥 잎인데 ▶ 다시 보니 참나무 잎이네! ▶ 잎에 벌레집도 있네! ▶ 벌레 먹은 흔적도 있네!
▶ 잎도 그냥 초록색이 아니네! ▶잎맥색도 다르네! 등등등..
자세히 보니 쓸말도 많고, 할말도 많다. 그동안 내 눈동자도 가만히 한 곳을 지긋히 바라볼수 있구나, 몰랐네!
그리고, 이제서야 보았다. 나뭇잎에 무수한 약하고 짧은 잎맥들이 있다는 것을!
위 사진을 관찰했다면, 그동안 그렸었던 측맥외에도 세맥(細脈)들이 잎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물맥이 이래서 그물맥이구나! 바보 도(道) 통하듯 나 자신에게 놀라기도 한다.
하지 않았던 행위를 본성을 누르고 한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닌 신비로 다가온 날!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 채널(채널명 :경북숲해설가협회)에 저장한다.
이제 1편이 올라갔으니 2편, 3편 후속영상을 준비한다.그리고 나의 관찰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