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타임즈(DGTIMEZ) 엄지랑 기자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포항 장기면 두원리의 마을숲은 따뜻한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300년 된 소나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전해준다. 마을 어르신들의 쉼터이자 공동체의 구심점인 이곳에서, 나는 새해의 희망을 발견했다.
두원마을숲은 하천의 범람과 동해 바다의 거친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되었다. 그러나 단순한 방풍림을 넘어, 이곳은 마을 공동체의 살아있는 심장부가 되었다. 평상과 운동기구가 놓인 그늘 아래서는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녹아들고, 매년 음력 6월 2일 당산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성한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키 큰 소나무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50~60cm의 어린 소나무들이다. 대부분의 소나무 숲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어미 나무의 그늘 아래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자라는 이 어린 생명들은, 숲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마치 세대를 이어가는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300년 된 마을나무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부러진 가지가 죽지 않고 특이한 'ㄴ'자 모양으로 살아남았다. 이 고목의 구불구불한 가지들은 오랜 세월 맞서온 바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한 가지가 다른 가지를 받쳐주며 자신의 성장을 포기한 모습은, 상생과 희생의 깊은 의미를 전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있지만, 두원리의 소나무들은 그 말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게 한다. 많은 가지가 있기에 서로 의지하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더 큰 하나를 이루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공동체의 모습일 것이다.
이 겨울, 두원마을숲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개인의 성장만을 좇는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따뜻한 배려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3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소나무처럼, 우리도 서로를 지탱하며 더 단단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