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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규 교장이 말하는 ‘숲과 대화법’

‘숲의 언어’ 숲해설가의 새로운 시선
숲은 '부딪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디지타임즈(DGTIMEZ) 엄지랑 기자 |

 

-2025년 6월 21일 포항철길숲, 제13회 경북숲해설경연대회 특강-

 

나무는 서로 부딪치지 않는다. 가지가 맞닿을 듯 자라다가도 어느 순간 멈춰 서로를 배려하는 공간을 만든다. 이것이 수관 기피 현상이다. 인간의 언어로는 '부딪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숲은 이처럼 우리가 미처 읽지 못한 언어로 가득 차 있다.

 

김용규 여우숲 생명학교장의 이야기는 숲해설의 본질적 전환을 요구했다. 그가 20년 전 "이렇게 사는 게 인생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도시를 떠나 숲으로 들어간 여정은, 오늘날 숲해설가들에게 던지는 근본적 질문과 맞닿아 있다. 피톤치드와 같은 표면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숲의 깊은 언어를 읽고 번역하는 일이 진정한 숲해설가의 소명이라는 것이다.

 

그가 던지는 “대나무는 왜 속을 비울까?”, “냉이는 왜 가을에 싹을 틔워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야 할까?”라는 질문들은 단순한 생태학적 호기심을 넘어선다. 대나무는 속을 비움으로써 태풍과 화해하며 살아간다. 냉이의 겨울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고통스럽지 않다. 이들의 삶의 방식은 인간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모든 길은 자연을 닮았다"는 노자의 말처럼, 숲은 인간 삶의 원형을 담고 있다. 나무는 상처를 입어도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상처를 통해 더 단단해지고, 때로는 그 틈새로 새로운 생명을 품는다. 상처는 모든 생명의 필연적 경험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성장의 관건이다.

 

숲해설가의 새로운 시선은 지렁이나 나비의 관점에서 시작된다. 지렁이는 나비의 세계를 볼 수 없고 나비 또한 꾀꼬리가 건너온 대양과 산맥을 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른 생명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생명 간의 깊은 연결성을 느끼고 전달하는 일이다.

 

사랑은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김용규 교장은 이 단순하면서도 깊은 정의를 통해 숲 해설의 본질을 짚어낸다. 사랑은 기꺼이 궂은 날, 시린 날, 버거운 날과 함께하는 것이다. 숲 해설가는 방문객에게 단순한 정보가 아닌, 숲과 함께하는 경험, 즉 사랑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숲해설가는 방문객을 바람의 마음으로 환대해야 한다. 그들에게 숲의 신비를 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진정한 숲해설의 목적이다.

 

숲은 피톤치드가 많아서 좋은 곳이 아니다. 숲은 우리에게 잃어버린 시선을 되찾게 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의 문법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숲해설가는 이 깊은 언어를 읽고 번역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은 자격증을 위한 공부가 아닌, 삶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치열한 탐구에서 비롯된다.

 

나무와 대화하고, 냉이의 겨울을 상상하며, 대나무의 속 빈 지혜를 배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깊은 숲의 언어를 배운다. 그리고 그 언어로 사랑을 말할 수 있게 된다. 숲 해설가의 새로운 시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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